카탈루냐 독립투표 강행… 스페인 정부는 공권력 동원해 투표 저지

입력 2017-10-01 15:45   수정 2017-10-02 08:47

바르셀로나 곳곳서 충돌

카탈루냐 주민, 투표 참여 적극적
스페인 정부, 경찰 수천명 투입
고무탄 쏘며 진압…수백명 부상
카탈루냐 자치정부 "민주주의 위배"

단기간 내 독립 가능성은 제로
EU 통합 유지엔 걸림돌 될 수도



[ 추가영 기자 ]
스페인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분리·독립투표가 1일 갈등 속에 치러졌다. 이번 투표를 불법으로 규정한 스페인 정부는 수천 명의 경찰을 동원해 투표함을 수거했고, 항의하는 주민들을 향해 고무탄을 쏘거나 곤봉을 휘두르며 강제 해산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모두 80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자치정부 보건당국이 전했다.

스페인 경찰은 투표소의 상당수를 투표 시작 전부터 봉쇄하고, 투표용지와 투표함을 압수했다. 하지만 일부 분리독립에 찬성하는 운동가들이 투표소를 점거해 자체적으로 투표를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투표의 효력이 실제로 인정받아 카탈루냐가 독립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보고 있다. 스페인 헌법재판소는 이 투표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투표를 계기로 분리·독립 운동이 격화될 가능성은 있다.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은 지난달 30일 “투표율과 관계없이 과반이 독립에 찬성하면 48시간 안에 독립을 선언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번 투표가 스페인은 물론 유럽 각국 내 정치·사회적 갈등이 불거지는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 위기가 독립 움직임 자극

카탈루냐의 독립에 대한 열망은 뿌리가 깊다. 아라곤 왕국의 일부였던 카탈루냐는 1469년 아라곤·카스티야 왕국의 합병으로 세력이 약화됐다. 이후 1714년 국왕 펠리페 5세에 점령돼 스페인에 귀속됐다. 1936년 스페인 내전 후 프랑코 총통이 카탈루냐 자치권까지 박탈했다. 하지만 여전히 문화·역사·언어가 스페인과 다르다는 인식이 강하다.

잠재돼 있던 독립 움직임에 불을 지핀 것은 경제 위기다.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후 스페인의 카탈루냐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독립 찬성 여론도 힘을 받기 시작했다. 카탈루냐 면적은 스페인 전체의 6%에 불과하지만 국내총생산(GDP)의 20% 이상이 이 지역에서 나온다. 카탈루냐가 스페인 중앙정부에 납부하는 세금만 매년 160억유로(약 21조7000억원)에 달한다. 지역 전체 국내총생산(GRDP)의 8%에 이르는 돈을 중앙정부에 납부하지만 정작 돌아오는 혜택은 적다는 불만이 쌓였다.

스페인 의회가 나서 카탈루냐를 달랠 미봉책으로 자치권을 확대하는 타협안을 내놨지만 2010년 스페인 헌법재판소가 무효 판결을 내리면서 자치권 확대도 무산됐다. 2012년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가 카탈루냐에서 중앙정부에 납부하는 세금을 줄여달라는 요구를 거부하면서 갈등이 증폭됐다.

◆중앙정부 필사적 저지

카탈루냐는 2014년에도 분리독립을 묻는 주민투표를 치른 결과 약 80%가 독립에 찬성표를 던졌다. 하지만 당시 스페인 정부는 투표율이 50%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투표 결과를 무시했다.

스페인 중앙정부는 이번 투표에 대해서도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결을 받아낸 뒤 물리적 저지에 나섰다. 스페인 정부는 최근 카탈루냐 자치정부 청사를 압수 수색하고 14명의 주요 인사를 연행했다.

주민투표와 관련된 144개 인터넷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 계정을 잇달아 폐쇄하고, 투표 용지 1000만 장을 압수했다. 2315개 투표장 가운데 절반을 폐쇄했다. 카탈루냐 자치정부 대변인은 “스페인 중앙정부가 북한이나 터키, 중국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서구 민주국가에서는 아무도 (웹사이트를 폐쇄하는 등) 그런 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유럽 내 분리독립 움직임 자극할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대부분 전문가는 카탈루냐가 단시간에 독립을 이룰 가능성을 ‘제로(0)’로 본다. 카탈루냐 독립을 지지할 수 있는 국내·국제법 조항이 없고, 헌법재판소에서 투표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스페인 정부가 헌법 제155조를 발동해 카탈루냐 자치정부를 물리력으로 진압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1978년 개정 헌법의 이 조항은 중앙정부가 불복종하는 지방 정부에 “필요한 모든 수단을 쓸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조항을 발동한 정부는 없다. ‘필요한 모든 수단’에 대한 합의된 기준도 없다.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주민투표가 다른 지역의 분리·독립을 부추기는 계기가 되면 유럽연합(EU)의 통합을 유지하는 데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희망하는 스코틀랜드, 벨기에로부터 분리독립을 원하는 플랑드르 지역 등이 동조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도 가장 부유한 지역인 롬바르디아와 베네토 등 북부 2개주에서 자치권을 요구하는 주민투표를 할 예정이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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